2020년, 예기치 않게 전 세계를 덮친 팬데믹은 교회의 사목 현장마저 거대한 침묵 속에 가두었습니다. 성전 문이 닫히고 사랑하는 신자들과의 육체적인 만남이 끊겼을 때, 사제로서 저는 깊은 막막함과 고립감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인간이 닫아버린 문 뒤에 당신만의 새로운 창을 열어두고 계셨습니다. 그것은 온라인이라는 드넓은 디지털 대륙이었습니다.
물리적인 접촉은 불가능해졌지만, 온라인을 통한 사도직은 오프라인보다 더 치열하고 바쁘게 이어졌습니다. 화면을 통해 전해지는 투박한 메시지였지만, 하느님의 자비는 무형의 전파를 타고 국경과 시차를 넘어 목마른 영혼들에게 가닿았습니다.
특히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고립된 채 불안에 떨던 해외 교우들은 광야에서 샘물을 찾는 사슴처럼 자비의 메시지에 간절하게 귀를 기울였습니다. 공간의 제약이 무너지자, 사도직의 지평은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더 넓게 확장되었습니다.
이 고통스러운 시기를 거치며 저는 위대한 진리를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소통의 기술이 바뀌어도, 하느님께서 당신 자녀들을 먹이시는 하늘의 '만나'는 결코 중단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온라인 공간은 더 이상 차가운 기계적 기술의 영역이 아니라, 주님의 따스한 숨결을 실어 나르는 새로운 시대의 성전이 되었습니다. 주님께서는 환경에 구애받지 않고 당신의 자비를 선포하는 길을 기어이 찾아내셨습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작년 2025년은 제가 거룩한 사제품을 받은 지 25주년이 되는 은경축의 해였습니다. 지난 4반세기 동안 주님께서 저를 이끌어오신 신비로운 시간들을 되짚어 보며, 저는 그동안 흩어져 있던 자비와 회복의 조각들을 정성스레 하나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 동안의 강의 원고와 프로그램들을 정리하던 어느 날, 제 마음속에 예전과 같은 뜨거운 떨림이 다시 찾아왔습니다.